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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성문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엘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 에서 “세상이 변하는 속도와 정부나 공공부문이 변하는 속도가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런 속도의 충돌은 곳곳에서 발생한다.

며칠 전, 상당히 긴 시간을 알고 지낸 후배에게 따끔한 잔소리를 들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너무나 당연하게 그동안 해왔던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배는 공감하지 못하는 나에게 얼마 전 대만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이드는 한국 청년이고 와이프는 대만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결혼 1년 차라 그런지 가사나 육아에 대한 생각의 차가 너무나 크다고 한다.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는 순간, 동행했던 유부남들이 가이드에게 남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자 가이드는 “왜 나만 바뀌어야 하냐?”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유부남들은 “세상이 바뀌었으니까!”라고 답했다고 한다.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인데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요즘 나의 고민 중 하나는 우리 진흥원에 대해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하는 우리 기관에 대해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절박한 심정의 시민들 눈과 우리 직원들의 시선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보조금만을 노리는 신청자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지원자를 가려야 하는 직원들의 시선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당한 경쟁률 때문에 신청자 중 소수만 지원받게 되다 보니 지원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마음은 ‘서운함’을 넘어 ‘공정성 문제’, ‘갑질 당한 기분’까지 느끼게 될 것이다. 평가와 심사 과정을 통해 자존심이 상하지만 혹시 다른 지원 심사에서 담당 직원을 만날까 봐 불편함을 전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후배가 나에게 따끔하게 말하려고 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동안 해왔던 태도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상대방에 대한 ‘민감성’과 ‘존중’, 그에 따른 ‘조심성 결여’의 문제. 이런 나를 만나 불편했던 사람들은 다시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정작 나는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나친다. 그들의 마음에는 (내가) 탐탁지 않지만, 말을 하지 않고 마음에 묻어 두기 때문에 더 위험한데도 말이다.

우리 기관을 이용하는 고객들과 더불어 세상은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은 우리 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수혜자’가 아닌 ‘사업의 주체’로 인식하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우리 기관이 물고기이고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업 주체’들이 물이다.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들은 물론이고, 안타깝게 선정되지 못한 이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고객은 우리가 다시 몸을 맡겨야 할 저수지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고객을 ‘사업 주체’로 인식하고, 신뢰를 얻는 것을 지원 사업의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태도는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당사자는 공중에 흐르는 공기에서조차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사업 주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공공기관은 생존 자체가 어렵다.

이 시대의 세상 관계에서 일방통행은 없다. 세상이 변할수록 고쳐야 할 것이 많다. 오늘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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