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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의 응력(應力)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지난주, 전북을 들썩이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가 사실상 지정·승인됨에 따라 전북의 탄소산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탄소 특화 국가산업단지가 본격 추진되면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 효성 탄소공장 등과 연계된 이점을 살려 관련 기업 육성의 토대가 마련되고, 2000억 이상의 생산 유발효과와 2000명 가까운 취업 유발효과가 창출된다고 하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좋은 소식을 앞에 두고, 우산장수와 짚신장수의 어머니가 장사 안되는 아들을 걱정했던 것처럼 작년 5월에 철수해버린 GM 군산공장이 떠올랐다. 효성은 ‘글로벌 경영전략’에 따라 내년 초에 탄소섬유 전주공장 제2라인을 가동한다. GM은 ‘글로벌 경영전략’에 따라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어느 지역이나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고, 지역으로 오는 기업에 대한 사랑도 각별하다. 군산도 다르지 않았다. 2009년 군산시와 도내 공무원들이 GM대우 자동차를 457대나 구매했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애정도 각별했다.

GM도 지역사회의 애정에 대한 화답으로 군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끊임없이 확인했다. “GM대우는 한국기업. 앞으로도 한국기업일 것이고 한국경제를 위해 존재. 현재의 군산, 창원, 부평 공장의 일자리는 앞으로도 유지해나갈 것”(2004년 12월, GM대우 닉 라일리 사장). “한국GM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그로벌GM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미래에도 그 역할을 지속할 것. 철수는 없다.”(2013년 2월,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팀 리 사장). “지난해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회사 출범 이후 최대 내수판매 실적을 기록. 완벽한 제조 품질을 확보해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 (2017년 2월,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

이러한 말의 성찬 뒤에서 글로벌 GM은 한국GM으로부터 매년 엄청난 현금을 빼갔다. 2016년도에만 최소 약 2500억 원 이상을 뽑아간 것으로 보인다. GM 본사가 한국GM에 고금리로 돈을 꿔준 뒤 1343억 원의 이자를 거둬서 갔고, 업무지원 비용 435억, 본사 라이선스 차량에 대한 로열티 726억 원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8년 5월 31일, 1996년 완공되어 연간 최대 26만대 이상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다.

반면에 효성은 지난 8월에 탄소섬유 전주공장에 1조 원대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GM 군산공장과 효성 전주공장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후배 권유로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드라마에서 구조기술사인 이선균은 아이유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강하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내력이 세면 어떤 외력도 이겨.” 응력(應力)에 대한 간결하고 멋진 설명이다.

지역경제의 내력(內力)은 무엇일까? 장사가 잘 된다고 붕어빵처럼 똑같은 점포를 연다면 백전백패다. 기업유치도 그럴 것이다. 기업은 더 나은 조건이 있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것이 생리다. 기업활동이 우리 지역이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전북은 지금 전북경제의 내력을 만들고 있다. 어떠한 외력도 견뎌내는, 위기도 기회로 만드는 ‘내력(內力)’을 키우는 도약을 기대한다.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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