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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휘몰아치면

일본의 도발을 이기는 힘은 국민이 일으킨 거대한 극일(克日) 바람, 정치·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8호 태풍 ‘프란시스코’와 9호 레끼마가 지나가고, ‘크로사’가 북상 중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태풍도 경계의 대상이지만 일본의 오만한 경제 도발도 태풍처럼 우리의 정신을 가다듬게 한다. 2019년 여름, 일본은 왜 이런 도발을 시작했을까? 그것은 경제발전의 전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은 ‘평화’가 지금의 경제 저성장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북한과의 ‘평화’가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같은 산업기지가 5곳만 있어도 경기(景氣) 활성화와 경제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을 지배하는 아베 정권은 항상 적이 필요하다. ‘전쟁 가능 국가’를 꿈꾸는 세력에게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은 충격이었다. 한국전쟁을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한 일본은 ‘갈등과 경제전쟁’이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이익을 함께 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적의 자리로 한국을 옮기려는 듯하다. 아베 정권은 평화체제를 밑거름으로 하는 한국의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오만함과 그래야 자신들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속에서 정치·경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태풍이 오면 먼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정부는 갈 길을 가라”면서 사비를 털어 일본 제품을 알려주는 앱을 만들고, 일본 여행을 자제하며, 스스로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는 어느 제품이 일본 것이고, 대체 상품은 무엇인지 학습하고 있다.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은 매년 일본 직구 금액이 30%씩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에만 2,000억 원이 넘는 물품을 직구로 사들였고, 2019년 상반기에도 1,200억 원의 돈이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태풍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태풍이 몰아치면 수면 아래 숨어있는 쓰레기들이 떠오른다. 물을 완전히 뒤집어주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렇다. 어디가 ‘우리나라’인지 모르는 정치인, 주먹을 날리는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황당한 억지, 발언 내용조차 거론하고 싶지 않은 이상한 사람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분야뿐인가? 여전히 일본식으로 유지되는 문화, 예술, 사회, 교육 분야의 잔재들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태풍이 몰아쳐 떠오르는 쓰레기는 걷어 버려야 하는 것처럼 정리의 시간이 온 것이다.

태풍은 해수를 뒤섞고 순환시켜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결속력도 강하게 해준다. 우리가 지금, 이 ‘정치·경제 전쟁’이라는 태풍을 슬기롭게 극복해낸다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라북도와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을 포함한 모든 정책 기관들은 이 시기를 전북의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지역 산업의 협력적 기술생태계를 조성하는 기회로 전환하려고 한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이거늘 바람은 보지 못하고 파도만 보았다.” 영화 ‘관상’에서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마지막 말이다. 한·일 정부 간 외교전과 경제적 쟁탈은 눈앞에 보이는 파도다. 수면으로 올라온 쓰레기를 걷어내고 일본을 넘어서는 더 큰 파도를 일으키는 힘은 깨어있는 국민이 만드는 거대한 바람의 힘이다.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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