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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와 “타다”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퇴근길, 멍 때리기 좋은 시내버스 안에서 차창 밖을 내려다봤다. 택시들이 바쁘다. 우리나라 택시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1919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택시회사인 “경성택시회사”가 설립되었다고 하니 100년의 역사다. 지금 “100년의 역사를 가진” 택시가 커다란 혼란과 위기에 직면했다. 차량공유 비즈니스모델의 출현 때문이다.

차량공유 비즈니스모델 중 특히 카풀 상용화는 택시업계의 위기감과 갈등을 낳았다. 카풀 상용화에 대해 “사실상 택시 영업과 다르지 않은 변칙 운수사업”이라는 주장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운수체계를 혁신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주장이 날카롭게 충돌한다. 그리고 살벌한 갈등의 한복판에 “타다”가 있다.

2014년, 글로벌기업 “우버”는 우리나라에서 ‘자가용 콜택시’와 유사한 우버 엑스(Uber X) 영업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차량공유 비즈니스모델 특히 카풀 상용화 사업은 갈등의 중심이 되었다. 쏘카의 자회사인 VCNC의 “타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과 운전기사를 한꺼번에 렌트 해주는 카풀앱 사업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카풀 상용화에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었다. 택시기사의 분신과 죽음까지 지켜봐야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18년 스페인의 대도시에서도 택시기사들이 시내 도로를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이것은 전라북도에도 곧 들이닥칠 갈등의 현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카풀앱 사업자의 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우버뿐만 아니라 인도 올라, 일본 라인택시, 유럽 블라블라카, 중국의 디디콰이디 등 차량공유 비즈니스모델은 세계적 현상이다. 차량공유 비즈니스모델은 카풀앱 서비스를 더욱 확장할 것이다. 한국이 예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어섰다는 통계도 기울어지는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이런 흐름은 정말로 당황스럽다. 공유경제 연구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모습은 공간, 물건, 교통, 지식과 같은 유·무형 자원에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가치를 불어넣은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택시와 타다” 사례처럼 공유경제의 이름으로 서민경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스타트업의 흐름은 ‘IT 신자유주의’라는 규정에 가깝다.

전라북도는 올해 “공유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 에서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과 협력적 공유사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경제의 출현을 보고 있다. 이 두 경제시스템은 종종 제휴를 맺지만, 경쟁도 한다. 둘은 서로의 시너지를 모색하며 이익을 얻기도 하지만, 깊은 대립 관계를 형성해 상대를 흡수하거나 대체하려고도 한다. 우리는 현재 경제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변혁의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화의 초기 단계에 수립하는 정책은 바둑에서 첫수를 두는 것만큼 중요하다. 전라북도의 공유재산(公有財産)을 공유경제(共有經濟)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공유가치의 확산을 중심에 둔 공공정책 수립을 기대한다. 정책학에서 말하는 ‘정책목표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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